용서와 자비

내 잘못은 용서받기를 바라고 자비를 청하는데
나는 여전히 타인의 잘못을 용서하지 못하였다

조건부의 자비가 과연 진정한 용서인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정으로 무의 감정이 들 때
그것이 고통에서의 해방일진대...

타인의 자비를 바라면서
나는 왜 그러지 못하는걸까
왜 애꿎은 사람을 원망하게 되는걸까

결혼식에 가지 말라고 단단히 말해두었다
그런데 오늘 전화 몇 마디를 주고 받으니까
어쩐지 불쌍해졌다
어깨 너머로 들은 그 사정이 참으로 딱했다
그런데 나도 가여운 사람인데 ......
나도 아주 오래 고통받았는데......
내가 용서해주면 예전에 힘들었던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작년에 한 다짐은 절대로 용서해주지 않는거였다
그런데 올해는 또 다르다
어쩌면 용서해주어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영원히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여전하다
나는 아주 오래 고통받았으니까

아직은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