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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아 넌 축복이야/2024

완벽한 상실


이 광막한 우주에 비하면 쌀 한 톨보다도 작을 이 행성에, 그 중에서도 좁디좁은 나라에서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나는 아주 빠르게 태양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토록 걸맞고 적확한 표현이 또 있을까. 자각하지 못했으나 잦게 떠올리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말 할 수 없고 말해선 안되는 이름.

무엇인가를 완벽히 잃고 난 뒤에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난 동의하지 않는다.
때로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워서 바로 다른 것으로 덮어야 하는 일들이 그렇다.
무뎌졌나 싶어서 다시 들춰보면 어김없이 아파오는 기억들... 그저 영원히 묻고 살고 싶기도 하다.

나는 무엇과 결별할 것인가?
타인을 한몸처럼 사랑하는 감정 새로운 경험에 시야가 트였던 경험 '나'의 기준이 타인에게까지 확장되어 관계의 지평이 넓어져 본 아름다운 기억 그러나 그때문에 나의 밑바닥의 밑바닥까지 보고야말았던 최악의 나자신을 마주하는 절대 유쾌하지 않았던 나날들
또는
잔잔하고 평화롭고 즐거우며 감사하는 나날들 그리고 앞으로의 삶도 딱 이만큼만 행복하면 싶겠다는 감정을 가지게 한 매일들 그러나  예비된 공포가 있는 미래

가진 것 중에 어느것하나 내놓지 않는 욕심많은 스스로가 답답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베푸는 사람들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내것을 나누는 건 쉽지 않으니까
받는 건 쉬우니까
주는게 너의 결정이었잖아, 하고 쉽게 넘기면 되니까

난 여유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연연하지 않는 우아한 사람
온유하고 유연한 사람이고 싶다
지금까지의 나를 완벽히 잃는다해도 가치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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